과도한 경쟁-가격인하-품질저하 악순환

“ESCO사업 연계만 노리면 안돼”주장도

“진단품질의 향상을 위해서는 가격문제 해결이 시급합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에너지진단전문기관협회 윤석구 회장(구성이엔드씨 대표)은 진단기관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진단품질 저하’ 비난에 대해 에너지진단 가격이 제자리를 찾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단기관들이 늘어나면서 제한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출혈경쟁이 일어나 가격하락, 진단품질저하로 이어진 겁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가격안전판을 만들어 일정수준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윤 회장은 진단기관들이 과도한 경쟁으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고, 일부 진단대상기업들은 이를 이용해 더 낮은 가격을 부추겼다고 했다. 윤 회장은 “대부분의 용역사업들은 용역비의 약 87% 이하로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이 마련돼 있지만 진단쪽엔 그런 것이 없다”면서 “제대로 된 진단을 위해서는 최저가격제 등 가격안전판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일부 ESCO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에서 진단을 무료에 가깝게 해주고 자기들의 ESCO사업과 연계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방식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ESCO사업과 연계를 생각하고 진단에 들어갈 경우에는 ESCO들이 자신들이 가진 아이템에 치중한 진단이 이뤄진다”며 “전체적이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이 같은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시행되는 2000TOE 미만 사업장 2000여개에 대한 자율진단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율진단이 활성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기존에 진행했던 무료진단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절감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10%의 자부담으로 에너지절감 의지가 있는 곳에 진단을 진행하려는 것”이라며 “30여만원의 부담이라고는 하지만 이 조차 중소기업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 “2000TOE 미만 사업장도 에너지사용량에 따라 진단가격(지원금)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이 회원사들에 문의한 결과, 현재 책정된 330만원의 가격으로는 에너지사용량 2~300TOE 정도의 사업장만 진단할 수 있다. 그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하루 30만원 정도로 잡힌 인건비와 출장비 등을 고려하면 턱없는 액수라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사업장일수록 진단을 해야 할 부분이 늘어 이 가격으로는 진단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작지도 크지도 않은 사업장이 정책의 사각지대가 되는 것을 막기위해 에너지사용량에 따라 진단가격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